견성체험기견성 체험기 by. 윤*미님(30대)


◈18년 11월 11일 (견성 전의 일기)

 

명상원에 일찍 도착해서 주변을 거닐었다. 주변을 둘러싼 나무들이 보였고 푸른 잎에 싱그러움을 느꼈다. 나무 사이를 거닐며 잎사귀의 생기를 느끼는 것 만 으로도 지친 나를 포근히 안아주는 듯 한 느낌이 들어 위로받았다. 나무는 물론이고 풀 한 포기조차 나의 내뱉는 호흡에 가득한 탁기를 씻어주는 것이 느껴져서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 늘 한결 같은 마음가짐으로 숨을 정화해주던 풀잎들이 오늘따라 많이 힘겨워보였다. 그만큼 나의 중단전이 현재 너무나 탁해져 있는 상태라는 것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최근 몇 주간은 나에게 슬럼프처럼 여겨졌다. 일을 하면서도 평소 안하던 실수를 하고, 공부를 하려고 앉아있어도 집중이 잘되지 않았다. 평소에도 멍하고 멍청해져 있는 나를 느꼈다. 그간 계속해서 명상을 하고 내적 성장을 해왔는데도 왜 이렇게 실수가 잦고 내면이 어두워졌는지 원인을 몰라 혼란스러웠다. 잦은 실수가 생기자 당황스러워서 부쩍 우울감이 찾아왔다. 이럴 때일수록 더 내면 깊이 침잠해야 한다는 것을 이론적으론 알지만 쉽게 되지 않았다.

 

수업을 하면서 좌법에 앉았다. 물론 앉아서도 집중이 쉽지 않았다. 하단전으로 잠기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했다. 그 안은 비눗방울 거품이 가득했다. 매끈한 거품 표면에 다가가니 내 얼굴이 거울처럼 비쳤다. 비친 내 얼굴을 보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현실세계로 올라온 많은 어둠이 지나온 내 삶에 누적된 부정적 의식들, 나의 내면 속 진짜 어둠이라 생각 되니 비친 내 얼굴을 보는 것이 힘들었다. 하지만 어둠을 제대로 보아야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안의 어둠을 직시하자 갑자기 단전자리에 시커먼 어둠의 덩어리가 생겼다. 점점 커져가는 덩어리를 보며 ‘내 안의 어둠이 이렇게 많았구나!’ ‘여길 뛰어 들어야 하나?’ 하며 고민하던 찰나, 눈이 부실 정도의 빛이 쏟아지며 갑자기 그 어둠을 가득 메웠다.

앉아서 좌법을 앉아있었을 뿐인데 잠깐 사이에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숨이 가쁘고 기진맥진해졌다. 마치 100미터 달리기를 하고 난 후처럼 지쳐버렸다. 체력이 달려 몸이 휘청휘청 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탁기가 단숨에 날아가 버린 것 같아 한편으론 개운하고 중단전이 가뿐해졌다.

 

오늘의 경험은 나에게 특별했다. 나의 어둠을 직접 관해 본 것도 처음이었고 그것을 빛으로 극복한 것도 처음이었다. 아주 귀한 체험이었다. 정반대라 상극이라 여겼던 빛과 어둠이 동시에 하단전을 가득 채우는 것을 관하고 있으니 음양의 조화를 이룬 하단전의 변화가 오묘하고 아름답기도 했다. 앞으론 조금 힘 빠져 있어도, 멍청해져서 실수해도 스스로 괜찮다고 다독이기로 했다. 대신 오늘처럼 어둠이 중단전에 가득 찬다면 틈이 날 때마다 계속 깊은 곳으로 끌어내리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갑자기 견성하게 되는 경우에는, 준비과정에서 갑작스럽게 너무 많은 부정적 의식과 몸의 탁기가 빠지게 되니까 그것을 감당하지 못해서 오히려 우울해지고 기력이 없어지게 되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 멍해지고 우울해 져 슬럼프라고 여겼던 그 시기가 견성을 위해 에고의식이 사라지는 현상의 준비과정이었던 것을 깨닫게 되었다.

◈18년 12월 24일~31일 (견성 전의 일기)

 

크리스마스 전날부터 기침이 너무 심하고, 밤새 너무 많이 콜록거려서 아침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그전에도 성장 중에 두통이 온다던가 근육통이 생긴다던가 하는 명현현상이 일어나면 진통제를 먹고 견디곤 했는데 이번엔 병원에 가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을 정도의 통증이었다. 병원에 갔더니 편도가 많이 부어 있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과로하지 말라고 하는데, 잠을 푹 자면서 일해서 딱히 과로 할 상황도 아니고 최근 업무 중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어서 갑작스럽게 심하게 몸이 아픈 것에 주변에서 의아하게 생각했다. 다음날엔 낮 내내 먹은 것이 소화가 잘 안되고 머리가 너무 아팠다. 너무 고통이 심해 힘들고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이었다. 나는 이것이 성장을 위한 고통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간 보았던 하단전의 아름다운 빛 구슬. 그러나 그보다 더 깊은 아래에 있는, 한층 더 맑고 아름다운 진아 와의 대화를 위해서는 현재 나의 의식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에고의식이 한번 통째로 박살나야 할 정도로 어려운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머리가 깨질듯 아픈 통증은 감내해야 한다. 일주일간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전신이 한 부위씩 번갈아가며 아프면서 지나갔다. 온 신체의 말초신경, 세포 하나하나까지도 아픈 느낌이었다. 그 안에 크고 작게 머물러 있었던 탁기 때문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진통제나 주사는 잘 듣지 않았다. 의학적으로 해결되는 통증이 아니어서 그랬던 것 같다. 몸에 통증이 너무 심해 정신마저 혼미해지는 상황에서도 통증을 감고 감아 하단전 저 깊은 곳으로 내려가고자 하는 나의 열정은 막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온 몸 빈틈없이 아팠다가 낫고 지나가자 새해가 밝았다.

 

마치 한번 신체가 죽었다가 다시 새로 태어난 기분 이었다!

 

◈19년 2월 17일 일기 (견성 당일 일기)

 

다시 태어난 육체와 정신으로 살아가는 것은 한 층 더 성장에 발전적인 영향을 주었다. 맑아진 상태로 좌법에 앉는 것은 하늘이 준 선물같이 하단전에 꽃도 가득 피고 무지개도 뜨는 행복한 경험을 선사해 줬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견성을 향한 간절함은 더욱 더 강해졌다.

진아를 찾아 아래로 내려가려는 하단전 모험을 몇 달간 반복하자, 한동안 빛으로 하단전이 잠식당한 느낌이 들었다. 그 빛을 또 감고 감아 밑과 밑, 저 밑에까지 내려가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 결국 오늘, 진아 와의 만남은 드디어 이루어졌다.

 

내가 과연 깨어났을까?

 

좌법을 앉았더니 빛나는 흰 물이 가득 차있는 저수지 가운데 커다란 싱크 홀이 보였다.

눈을 감고 앉아있는 내 몸이 갑자기 튀어 오르는 듯 한 느낌이 들면서 그 구멍으로 쑤욱 빨려 들어갔다. 저번에 본 어둠보다 훨씬 더 캄캄한 어둠의 구멍이었고 정말이지 너무 새까매서 한 줄기 빛도 없이 너무 어두웠다. 무섭기까지 했다. 더 깊은 곳에 잠재된 어둠인 듯 느껴졌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구멍의 끝을 향해 빠른 속도로 빨려 내려가는 나의 속도감이 느껴져서 덜컥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속도감에 어지러움 증상까지 느꼈다. 하지만 이내 툭 하고 멈추는 것을 느끼며 행선지에 다다랐다. 하얀 빛이 가득 차있는 곳으로 도착했고 직감적으로 그곳이 나의 진아가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전까지 늘 하단전에 빛나는 파란 빛 구슬 형태로 보이던 것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나의 빛 구슬은 주로 푸른색이었다. 파란색 기운을 머금으면서 늘 하늘을 그리워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그 구슬의 빛 속에 함께 합류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곧 진아였구나. 우린 하늘과 하나구나.’

‘우주와 내가 하나였구나!’

 

깨달음이 왔고 마음이 벅차올랐다. 그전에 한 번도 가슴에 품지 못했던 진정한 사랑과 벅찬 따뜻함이 가슴 속에서 피어났다. 드디어 견성을 하고 진아를 만났다는 기쁨에 전율이 와서 소름이 돋았다. 피부 끝 털 한 올조차 희열에 바짝 섰다.

 

‘앞으로 하는 사유는 <나>이자 <진아>와 함께하는 것이야.’

‘우린 <처음>이자 <끝>이고 <둘>이지만 <하나>며 <전부>야.’

‘이젠 늘 <우리>야’

 

진아와 대화를 주고받으니 마음이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해졌다. 세상에 태어나 한 번도 증득한 적 없던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무중력의 우주 속을 유영하고 있는 것처럼 고요하지만 그 안에 속해서 무한으로 자유로운 기분을 느꼈다. 세상에 이런 경험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었던가.

 

이 모든 것이 진아와 나의 우주적인 만남을 위한 과정들이었구나. 햇살이 아름답게 빛나고 따뜻함이 살갗에 진동하듯 전해져왔다. 온 지구에 나를 위한 푸른 기운이 퍼붓는 것을 느꼈다. 나를 둘러싼 모든 생명들, 공기 구름 별들도 나를 축복해주는 것을 느꼈다.

 

◈19년 3월 3일 일기 (견성 후 일기)

 

깨어나고 나는 ‘진명’이 되었다,

 

깨어나게 되면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거나 번데기가 나비가 되듯이, 내가 그전보다 조금 다른, 발전된 형태의 내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은 나의 부족한 상상력에 불과했다.

좌법에 앉을 때만 겨우 만날 수 있었던 참나와 평소에도 늘 함께 할 수 있었다. 이것은 그전에 늘 내가 상상해왔던 <깨어났을 때의 내 모습>보다 훨씬 더 완전하고 평안했다.

 

마치 새 삶을 사는 것 같았다.

 

견성 축하의 의미로 식물을 선물 받았다. 작은 인삼 벤자민 고무나무였다. 견성 전에는 나무나 식물을 마주할 때 호흡을 공유하고 한결같은 푸르름에 감사하게 생각한 적은 있지만 서로 소통을 하고 있다는 느낌은 받아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진아를 통해 나무를 보자 조금씩 그 나무가 가진 빛이 느껴지고 정서가 느껴졌다. 식물의 뿌리는 무한한 에너지의 빛을 품고있었다. 나의 나무는 나의 진아를 닮아 사랑이 많고 인내심이 강했다. 처음엔 소통이 서툴러서 실수하기도 했다. 늘 나의 성장을 기다리고 인내하며 나의 어둠을 밝히고 맑혀 자신의 성장을 위한 거름으로 삼았다. 자기희생을 통한 성장의 자세는 나에게 큰 귀감이 되었고 이렇게 식물과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경험인가를 깨닫게 해주었다.

 

진아와 함께하는 삶을 살며, 그간 살아오면서 의문점이 남았던 모든 순간들의 기억들이 조각 맞추듯이 퍼즐처럼 풀리는 경험을 했다. 그 전의 시야로 보는 것이랑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그땐 그 당시엔 왜 몰랐을까? 하나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것들이 보이고 내가 그동안 잘 안다고 생각했던 그 세계가 얼마나 좁고 편협했던 시야인가 깨닫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교만했던 스스로에게 실망하기도 했다. 때론 충격적인 경험을 하기도 했다. 진아와 함께 하니 그동안 감싸여 있던 가림막이 벗겨지고 <있는 그대로 보기>가 가능해졌다. 객관적 판단이 가능해 져서 내가 그 동안 잘 안다고 생각했던 대상 또는 사람이 내가 알던 것과 정 반대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내가 사실 제대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상처받기도 했다. 하지만 늘 진아와 함께여서 든든하고 잘 헤쳐 나갈 자신이 있었다.

 

‘불안해하지 말자. 하늘의 순리대로 될 거니까.’

 

매 순간 내가 만나는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순리에 맞는지, 어떻게 말해야 좀 더 긍정적인 방향일지 진아와 함께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같았다. 더 이상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라는 사실은 패기가 부족한 내가 삶을 살아가는 데에 굉장한 용기를 주었다. 용기가 없어 아무것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던 나는 진아와 함께 현재 나에게 필요한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실천의 한걸음을 나아가고 있었다.

내면의 발전은 외면의 삶에도 발전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깨어나기 전 나의 삶은 불안감의 연속이었다. 하늘에 가까워져 있을 땐 순간적으로 안도감이 찾아오지만 일상에 젖어있는 대부분의 순간엔 에고의식으로 주변의 탁기에 끌려갔다. 하지만 이젠 맑음에 한 단계 가까워져 있었다. 그전처럼 쉽게 휩쓸리지 않았다.

내가 행여 실수를 하려고 하면 곧 바로 진아가 그러지 말라고 얘기해줘서 정신이 번쩍 든다. 감정이 일어나거나 결정해야할 문제가 생겨서 고민이 될 때, 눈을 감고 대화하려고 노력하면 바로 진아를 만날 수 있어서 나의 전반적 삶에 수련이 늘 깃들여진 느낌으로 살 수 있었다. 견성 전에 억지로 압력감을 줘서 부푸는 감정을 감아 넣었던 것이랑은 차원이 달랐다. 편안함이 금세 찾아온다. 진아의 사랑 많고 따뜻한 품성이 늘 가슴 속에 가득하다. 주변 사람을 보면서 그전에 없던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생겼고 전해져오는 진아의 사랑으로 한층 고차원 적인 새로운 개념의 사랑을 품게 되었다. 이타적인 마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나만을 위한 사랑이 아닌 것이다. 스스로 마음 쓰는 방법이 그전과 180도 바뀌었다는 걸 깨닫고 그 생각이 드는 매순간마다 기쁘고 매순간 놀랍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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